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또하나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을 전후해 1주일간 워싱턴DC 일대에서 펼쳐지는 대통령 취임행사에 민간 기부금이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보잉 등 몇몇 대기업들이 통 큰 기부를 한 덕분이다.
16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 기부금이 1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취임식 때 모였던 기부금(5300만달러)의 2배 수준이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측이 잡은 목표액(최대 7500만달러)도 넘어선 규모다.
기부금 1억달러를 모집 개시 일주일 만에 모은데는 5~6개 대기업들이 최대 100만달러 이상의 거액을 기부한 게 결정적이었다. 또 트럼프측은 기부금 상한액도 정하지 않았다. 반면 일반 국민들의 소액 기부는 저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행기 제조사 보잉은 100만달러를, 세계적인 석유회사 셰브런은 50만달러를 기부했다. 보잉은 지난달 대통령전용기 납품가격 문제로 트럼프와 시비가 있었던 회사다. 또 카지노 재벌인 셸던과 미리엄 아델슨 부부도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 측은 이 돈으로 취임식 축하행사 비용을 충당한다. 트럼프 취임식 총 비용은 2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인수위 측은 축하행사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퍼레이드, 축제, 공연 등 다양한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는 20일 전후 일주일간 이어진다.
미국은 기부금 정치가 일반적이다.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히고 기부금을 낸다. 트럼프 핵심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기업인들의 계산이 깔려있다. 이와 관련 NYT는 고액 기부자들은 비공개 축하행사에서 트럼프 측 인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전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과의 만찬이 오는 18일 예고돼있다. 취임식 전날인 19일은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시작으로 저녁에 트럼프와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만찬행사가 유니언역 역사에서 열린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노골적인 기부금 모금에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트럼프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물릴 것이라며 국내외 상관없이 기업인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줄을 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트럼프 측은 기존 정부 방침대로 로비단체 기부는 원천금지했다. 하지만 개인 기부는 한도를 정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는 개인 기부금을 최대 5만달러로 제한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취임행사 지출계획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