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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목적땐 증여세 부과 잘못” 첫 판결 / 전원합의체, 원고패소 판결 원심파기 / 소송 7년 만에 장학재단 손 들어줘
180억원대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대표에 대한 과세 처분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경제력 세습이 아니라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물릴 수는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0일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9년 12월 황씨가 불복 소송을 낸 지 무려 7년 5개월 만에 대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업주인 황씨는 2003년 회사 주식 지분 90%(당시 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구원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이 재단은 2002년 황씨와 수원교차로, 아주대 교수와 상조회로부터 총 3억원을 출연받아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8년 수원세무서는 “황씨의 주식 기부는 현행법상 무상증여에 해당한다”며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규정을 들어 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매겼다.
세무당국은 황씨의 기부가 장학 사업을 위한 순수한 목적이더라도 “법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세무 당국이 기계적인 법 적용으로 선행과 기부 문화 확산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단도 “부당한 과세”라고 반발하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은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증여세를 물린 것은 위법하다”며 재단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세무서가 법에 따라 과세한 것이어서 세금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원심을 뒤집었다.